차타고 가면서 (재미난 이야기)

Posted at 2007. 6. 11. 12:20 // in 기타 // by 김윤수


지난 토요일, 일요일에 교회 행사가 있어서 양수리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애들을 차에 태우고 여행 다녀 보면 알겠지만, 애들이 둘 이상 되면 차 타고 가는 내내 1) 아이들의 엄청난 소음이 시달리거나, 2) 아이들이 내내 싸우면서 가는 소리를 듣게 되거나, 3) 아이들의 울음 소리, 4) 아이들의 지겨워 하는 한숨 소리 및 짜증 소리를 들으면서 가게 되기 마련입니다.

지난 토요일도 나름 각오를 하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아내가 어디서 배웠는지, 출발한 지 얼마 안돼서 갑자기 연필과 종이를 꺼내더니 아이들에게 나눠주며차로 여행하면서 재밌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네 가지씩 적어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한참 고민을 하더군요. 제 둘째 아이 영준이도 나름 고민을 하더니, 엄마에게아주 자신 있게 내밀었습니다. 엄마가 읽었습니다.

1.       과자를 먹는다.
2.       잔다.
3.       논다.

아내와 저는 서로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역시 영준이야~ (영준이는 저를 닮아서 지겨운 일에 대한 감각이 별로 발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냥 지겨우면 지겨운 대로 재밌으면 재밌는 대로 대강 적응하면서 삽니다. 그리고, Common Sense 가 부족해서 그런지 엉뚱한 대답을 할 때가 많습니다.)

아내: 영준아, 3번 논다를 그냥 논다라고 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재밌게 놀 수 있는지를 자세히 한 번 써봐~ 응 ?
영준: (밝은 목소리로) 알았어요~
(영준이 한참 동안 생각합니다…)
아내: 영준아 아직 다 안 썼어 ?
영준: 예, 아직이요.
아내: 그럼 삼분만 더 줄께. 삼분 안에 써야 돼 ? 알았지 ?
나: 기대된다 그지 ? (피식)
아내: 응 (ㅋㅋㅋ)
(얼마 후에)
영준: 여깄어요.
아내: 이번에는 네가 직접 읽어 봐
영준: 일. 과자를 먹는다. 이. 잔다. 삼.
(기대하시라… 빰빠라밤 빰빰빰 빰빠라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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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논다
나&아내: 헉!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재밌나요 ? 이게 아이들을 키우는 맛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