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를 통해 이동 통신 시장을 재편하려는 구글의 전략

Posted at 2007. 11. 14. 02:21 // in 구글이야기 // by 김윤수


블로그 잠깐 쉬겠다고 한 지가 벌써 두 달이 가까워졌네요. 처음에는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쉰다고 했었는데... 나중에는 다시 시작하려니 다시 글을 쓸 엄두가 나질 않아 지금까지 부담만 느끼다가 시간이 가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11월 5일경 소문만 무성하던 Google Phone이 안드로이드라는 Linux 기반의 Mobile Platform 이라는 발표가 있고나서 입이 간질 간질한 게 참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결국 이렇게 인터넷 여기 저기를 뒤져 보고 야심한 밤에 글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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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를 통해 구글이 노리는 바는 어떤 걸까요 ? 소스 코드를 완전히 다 공개하는 데다가, License 도 GPL이 아닌 Apache License 를 적용해서 누구라도 가져다 쓴 후 고친 부분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면 구글은 어떤 이득이 있는 걸까요 ?

언뜻 보기에는 수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한 OS를 공짜로 소스까지 다~ 준다는 게 참 어리석은 행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분석해 보면 구글만이 펼칠 수 있는 탁월한 전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구글의 현재 검색 시장 점유율을 살펴 보아야 할 듯합니다. 다음 글을 보시면 구글의 미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이 무려 54%에 이르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Top 10 U.S. Search Providers, September 2007

또 한 가지 확인하고 가야 할 것은 Mobile Internet User Growth Trend 입니다. 다음 자료의 41페이지를 보시면 여러 가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Mobile Device 가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 일종의 변곡점을 거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Morgan Stanley Technology / Internet Trends, 2007 Web 2.0 Conference 발표

이 두 가지 사실을 보면 구글의 전략을 알 수 있습니다. 구글은 PC 중심의 유선 인터넷에서의 강력한 검색 엔진 브랜드를 Mobile Device 쪽으로도 가져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현재 Mobile Phone 의 경우 갈수록 기능이 집적되면서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일부 Mobile Phone 제조 업체(Nokia, 애플)를 제외하고는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또는 License 비용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OS 가 Linux 였고 이런 필요를 반영하여 다양한 Linux 기반의 Mobile Platform 이 제안됐었습니다. LiMo Foundation, LiPS(Linux Phone Standards Forum), FIC의 OpenMoko 등이 그러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의 제조 업체(삼성전자, LG전자, Motorola, HTC 등)뿐 아니라, Mobile Device 상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업체(eBay, SkyPop 등), Mobile Device 용 부품을 제공하고자 하는 업체(Intel, Nvidia, Qualcomm, Broadcom, TI, Marvell 등), 후발 이동 통신 업체로서 활로를 모색하는 업체(Sprint Nextel, Telecom Italia, Telefonica 등)등 이동 통신 시장의 전체 Supply Chain(부품 -> 세트 -> OS -> Application -> 서비스) 을 연결시키는 핵심 역할을 하는 OS를 Open 함으로써 현재 통신 시장을 재편하여 더 많은 Mobile Device 를 통해 검색 트래픽이 Google 에 도달하도록 하려는 전략인 것입니다. 즉, 이동 통신 시장의 경제 생태계를 보다 Open 되고, 경쟁적인 환경으로 바꿈으로써 더 급속한 Innovation 을 가능하게 하고, 안드로이드가 적용된 수 많은 Mobile Phone 들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시켜 결국 Google 로 검색 트래픽이 모이게 하려는 것입니다. 기존의 Mobile Phone 들은 모두 이통사들이 Control 을 매우 심하게 하는 walled garden 형태-닫힌 Mobile Internet-의 기기였기 때문에 인터넷이 가능한 Mobile Phone이 아무리 많아진다고 하더라도 구글에 도달하는 검색 트래픽은 아주 미미했을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는 안드로이드라는 공통의 플랫폼이 있음으로 해서 부품 업체와 세트 업체들은 그 나름대로, Application과 서비스 업체들은 그 나름대로 독립적으로 발전하게 함으로써 Innovation 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컴퓨터의 역사에서 PC 시장이 열린 사례를 보면 이러한 상황이 도래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PC의 상세한 H/W 규격이 IBM에 의해서 공개되고, DOS 또는 Windows 라는 API가 공개된 OS(이전의 OS 들은 API 가 극히 제한적으로 공개가 됬었죠) 가 존재함으로 인해 수많은 IHV(Independent Hardware Vendor), ISV(Independent Software Vendor) 가 생겨나면서 컴퓨터를 둘러싼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구성되고, 시장 자체의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수많은 경쟁 업체들의 참여로 인해 Innovation 이 지속적으로 일어 났었습니다. 그러한 시장이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역사를 되짚어 볼 때,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향후 이동 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가히 폭팔적이고 근원적이라고 감히 예상해 봅니다. 얼마전에 발표했던 애플의 iPhone 의 영향력보다 훨씬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애플의 iPhone 은 그저 하나의 스마트폰 모델일뿐이고, 그 스마트폰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는 애플 뿐이기 때문입니다. iPhone이 이동 통신 시장의 경제 생태계에 미칠 영향력은 그저 iPhone SDK가 공개 됐을 때, iPhone 용 Application 및 서비스가 다수 생겨날 수 있다는 정도이겠지요. 이에 비해 안드로이드는 다수의 제조사들이 채택하여 수 많은 모델들에 적용될 수 있고, 그 수량은 iPhone 에 비해 훨씬 더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드로이드가 채택된 Phone이 많아진다면 안드로이드 폰을 타겟으로 제작된 Application 및 서비스가 풍부해지고, 이는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 모으고, 늘어난 사용자들은 더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시키고, 이통사들은 더 많은 안드로이드 폰을 시장에 뿌리게 되고, 이는 다시 부품 업체와 제조 업체의 매출을 증대시키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애플보다 먼저 선수를 쳐서 SDK Early Access 를 공개하고 1000만 달러(한화 93억 상당)의 현상금을 내걸고 개발된 Application에 대한 권리는 개발자가 유지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안드로이드 개발자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러한 변혁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구글이기 때문에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처럼 H/W, OS, Application, 서비스를 수직 통합하려는 업체는 절대 자신의 핵심 자산 중 하나인 OS 소스 코드를 공개할 수 없을 것이고, MS 도 마찬가지로 OS 소스 코드를 공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두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SDK를 공개하고, API 문서를 공개하는 것일 겁니다. 애플은 이와 함께 H/W를 직접 만들어 팔려 할 것이고, MS 는 OS가 적용되는 기기당 license를 받으려 할 것입니다. 이에 반해 구글은 순수한 서비스 업체이므로 OS 가 핵심 자산이거나 핵심 역량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공개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지요.

이러한 전략은 11월 5일 발표한 Press Release 에 있는 구글 CEO Eric Schmidt 의 언급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Our vision is that the powerful platform we're unveiling will power thousands of different phone models"

"이번에 공개한 플랫폼을 수천의 폰 모델에 적용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어떤 기사에서 보듯이 메이저 이통사와 벤더 불참을 들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큰 시대의 흐름은 Open Mobile Platform으로 가는 방향일 것입니다. 또한, Mobile Phone 시장 점유율 1/3 이상인 노키아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 Motorola, LG 전자를 합치면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서고 있으며, 미국의 메이저 이통사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일본과 중국의 메이저 이통사(KDDI, NTT DoCoMo, China Mobile)는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안드로이드의 전망은 밝다고 할 것입니다.

안드로이드와 같은 Open Mobile Platform 에 의해 이동 통신 시장이 재편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Open Platform을 기반으로 Killer Application 또는 Killer Service 가 나오고 그걸 기반으로 특정 이통사나 제조 업체의 Success Story가 나온다면 Trend 를 거부하던 업체들도 결국은 함께 뛰어들 것이 분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구글이 Mobile Phone 용 Open Platform 공개의 다음 단계로 IPTV(IP-STB, PVR 등 포함) 용 Open Platform 도 공개해줄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Mobile Phone 수량 못지 않게 IPTV의 수량도 많아지고, IPTV를 통한 검색 Needs 도 충분히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IPTV 상에서 필요로 하는 검색 Needs 는 PC나 Mobile Phone 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국내 이동 통신사도 OHA에 영입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진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최근 들어 국내 이통사도 무선망 개방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SKT는 아니더라도 KTF 또는 LGT 중 하나는 영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제 나름대로 안드로이드를 통한 구글의 전략을 분석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잘못된 정보나 코멘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댓글이나 트랙백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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